PICA 프로젝트(v1)(파기본)

1장) 커뮤니케이션의 원리 이론편(3) - 인간 감정의 원리

묘링 2023. 6. 26.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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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두번째 시간에서는 너무 철학적인 이야기만 한 것 같습니다. 따라서 이번 시간에는 되도록 내용을 쳐내겠습니다.
 
모든 인간에게는 감정이 있습니다. 어떨 때는 기쁘고, 어떨 때는 화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인간은 언제 기쁠까요? 언제 화날까요? 인간의 감정도 모델링할 수 있을까요?
 
이에 대한 고찰은 고대시대 때부터 있어왔습니다. 기원전이었던 춘추전국시대에 공자는 인간의 기본 감정을 희노애구애오욕(喜怒哀懼 愛惡欲)으로 구분하였습니다.
 
그렇다면 현대에서 기본 감정은 뭐라고 다룰까요?
 


| 인간의 기본 감정

이미지 출처: https://streamwk.tistory.com/215

인간 기본감정 연구의 시작은 폴 에크만입니다. 폴 에크만은 인간의 표정을 분석하여, 표정에서 나타나는 인간의 기본 감정 6개를 추출했습니다. 그것은 바로 '기쁨, 슬픔, 분노, 공포, 혐오, 놀람'입니다. 이 감정은 약하게 나타나기도 하고, 강하게 나타나기도 합니다. 또한 감정이 서로 섞이기도 하죠. 그리고 이는 표정으로 나타납니다.
 
이는 인간 기본 감정 연구의 시작이자 유명한 기본 감정입니다. 그러나 폴 에크만은 말년에 표정과 목소리 등을 더 분석한 결과 이 외에 다른 여러 기본 감정들도 있다고 보며 이론을 수정하기도 하였습니다.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Emotion#Components

그 다음으로 나타난 것은 로버트 플루치크의 감정 수레바퀴입니다. 플루치크는 감정을 쌍으로 대립시켜 총 8개의 기본 감정을 추출하였습니다. 각각 기쁨-슬픔, 신뢰-혐오, 분노-공포, 놀람-기대입니다. 플루치크는 이 감정의 세기에 따라, 또 무슨 감정이 서로 결합하느냐에 따라 매우 다양한 감정들이 발생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이미지 출처: https://m.hankookilbo.com/News/Read/201705270436400651

그 다음으로 나타난 것은 자크 판크세프의 기본 감정입니다. 판크세프는 미국의 신경생물학자로, 정서신경과학의 창시자입니다. 판크세프는 쥐의 신경계를 정밀 분석해 포유류의 기본 감정 7개를 추출해내었습니다. 그것은 각각 탐색(기대), 공포(불안), 격노(분노), 성욕(성적 흥분), 돌봄(양육), 공황/비탄(슬픔), 놀이(사회적 기쁨)였습니다. 이를 통해 판크세프는 놀이의 중요성을 입증하였고, 또 포유류에게도 감정이 있다는 것을 입증하였습니다.
 
 
이 외에도 다양한 감정 이론 모델들이 있으나 패스하겠습니다.
 
그렇다면 이 프로젝트에서는 어떤 모델을 채택할까요? 이 프로젝트는 실전 대인 커뮤니케이션 알고리즘을 표방합니다. 그렇다면 이 프로젝트의 알맞은 모델은 플루치크의 감정 수레바퀴입니다.
 

| 인간의 기본 감정

플루치크의 기본 감정은 기쁨, 슬픔, 분노, 공포, 신뢰, 혐오, 놀람, 기대라고 하였습니다. 그렇다면 이 감정들이 어떻게 발현되는지에 대해 설명하겠습니다. 학계의 정설과는 다를 수 있음에 유의 바랍니다.
 
 
첫번째로, 기쁨과 슬픔입니다. 이 감정은 '소중한 것'의 소유·점유 여부가 바뀌었을 때 발현됩니다. (이때 소유는 어떤 것의 주인인 것, 점유는 어떤 것을 물리적으로 직접 가지고 있는 상태를 뜻합니다. 잠시 민법의 용어를 차용해온 점 죄송합니다.)
 
기본적인 원리는 간단합니다. 내가 '소중한 것'을 얻으면 기쁨을 느끼고, 내가 '소중한 것'을 잃으면 슬픔을 느끼는 것입니다. 여기서 '소중한 것'의 정의는 매우 다양합니다. 나의 신체가 될 수 있고, 나의 물건이나 돈이 될 수 있고, 권리가 될 수 있으며, 친구가 될 수 있고, 소중하기만 하면 모두 해당됩니다.
 
그렇다면 예시를 들어 봅시다.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3억원이 떨어졌다고 해보겠습니다. 그리고 그 3억원의 소유권을 당신에게 주겠다고 가정해봅시다. 이때 당신이 느낄 감정은 무엇일까요? 맞습니다. '기쁨'입니다. 반대로 내가 어느 날 갑자기 3억원짜리 수표를 잃어버렸다고 해보겠습니다. 이때 느낄 감정은 무엇일까요? 맞습니다. '슬픔'입니다.
 
이는 대인관계에도 적용됩니다. 만약 당신이 소중한 친구라고 여기는 사람이 갑자기 사라지거나 멀리 떨어지게  되면, 당신은 '슬픔'을 느낄 것입니다. 반대로 당신이 소중한 친구라고 여기는 사람과 오랜만에 재회하게 된다면, 당신은 '기쁨을 느낄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당신이 친구에게 선물을 받는다면 당신은 '기쁨'을 느낄 것입니다. 반대로 친구가 당신의 것을 빼앗아갔다면, 당신은 '슬픔'을 느낄 것입니다.
 
기쁨과 슬픔은 진화적으로도 의미가 있습니다. 만약 당신이 기쁨을 느꼈다면, 당신은 그것을 반복하고 싶어할 것입니다. 그리고 더 행복한 삶을 살게 되겠죠. 반대로 당신이 슬픔을 느꼈다면, 당신은 잃어버렸던 것을 다시 되찾고 싶어할 것입니다. 그리고 결국 당신의 소중한 것이 다시 돌아올 확률이 높아질 것입니다.
 
 
두번째로, 분노와 공포입니다. 분노와 공포가 왜 서로 반대 감정인지 이해가 안 가실 분들도 계실텐데, 투쟁-도피 반응(fight or flight response)에 대해 알아야 합니다.
 
원리는 간단합니다. 분노와 공포는 위험한 것이나 위협을 마주했을 때 발현합니다. 여기서 당신이 이 위험이나 위협을 해치울 수 있을 것 같으면 '분노', 당신이 해치우지 못할 것 같으면 '공포'가 발현되는 것입니다. 이때 위험이나 위협은 생존에 직결된 문제도 포함되지만, 비난이나 길가의 장애물같은 사소해보이는 위협도 포함입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만약 당신이 강도를 마주쳤다고 생각해봅시다. 만약 강도가 '초등학교 1학년 꼬맹이'라면, 당신은 그 강도를 쉽게 해치울 수 있을 것이고, 당신은 '분노'를 느낄 것입니다.(주로 분노의 약한 감정으로 풀이되는 '짜증'일 겁니다.) 그리고 그 강도를 해치울 것입니다. 반대로 그 강도가 '총을 든 권투선수'라면, 당신은 그 강도를 해치우지 못할 것입니다. 이때 당신은 '공포'를 느낄 것입니다. 그리고 당신은 도망을 갈 것입니다.
 
이처럼 상대를 이길만 해보이면 '분노'가 발현되어 투쟁을 하게 되고, 상대를 이길만 해보이지 않으면 '공포'가 발현되어 도피를 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는 진화적으로 유리한 전략이며, 생존률을 높여주는 효과를 가져옵니다. 강약약강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말이 아니지요.
 
그리고 여기서 알 수 있는 한 가지 사실을 더 짚고 갑시다. 공포는 분노로 바뀌기 쉽습니다.
 
 
세번째로, 신뢰와 혐오입니다. 메커니즘은 간단합니다. 믿을만 해보이면 '신뢰', 믿을만 하지 않고 자신에게 해를 끼칠 것 같으면 '혐오'가 발현됩니다. 이때 믿을만 하지 않고 해를 끼칠 것 같은 것에는 상한 음식, 더러운 몸, 병을 옮기는 곤충 등 질병에 관한 것과, 폭력, 사기, 배신 범죄전력 등 나의 신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도 포함입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어떤 사람과 계약을 하기로 했는데, 그 사람이 그 계약을 충실히 이행했습니다. 그렇다면 당신은 '신뢰'를 느낄 것이고, 계약을 매우 성공적으로 진행시켰다면 신뢰의 강한 단계인 '존경(admiration)'을 느낄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 사람을 가까이하고 싶어할 것입니다. 그 사람을 돕고 싶고, 내 것을 나눠주고 싶고, 그 사람에 소속되고 싶어할 것입니다. 반대로 그 사람이 계약을 이행하지 않으면, 그 사람에 대한 신뢰도는 깎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당신은 '혐오'를 느낄 것이고, 계약을 매우 파괴적으로 망쳐놨다면 혐오의 강한 단계인 '극혐(loathing)'을 느낄 것입니다. 그 사람을 멀리 하고 싶어하고 거절하고 싶어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 당신은 생존률을 높일 수 있습니다. 진화적으로 좋은 전략이죠.
 
여기서 혐오에 대해 더 알아봅시다. 우리는 많은 것에서 혐오를 느낍니다. 위에서 예시를 든 상한 음식이나 비위생의 경우, 나에게 병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혐오를 느낍니다. 배신자나 사기꾼에 대해서도 나에게 위해를 가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혐오를 느낍니다.
 
한편 혐오의 약한 단계는 '지루함(boredom)'입니다. 굳이 하고 싶지 않고 멀리하고 싶은 매우 어려운 수업을 들을 때 등에서도 발현되는 감정인 것입니다. 반대로 신뢰의 약한 단계는 '승인(acceptance)'으로, 그 수업이 유익한 수업이라면 그 수업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것입니다.
 
 
네번째로, 놀람과 기대입니다. 메커니즘은 단순합니다. 미래에 대해 예측할 때, 미래를 예상할 수 있는 상태면 놀람, 미래를 예상하지 못하는 상태면 기대입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만약 당신이 사랑하는 여자친구가 데이트 코스를 짜왔다고 해봅시다. 여기서 당신은 무슨 일이 일어날 지 대충 예상하면서 미래에 대해 예측할 것이고, 따라서 당신은 '기대'를 느낄 것입니다. 그리고 무엇이 일어나고 무엇이 있을까에 대해 알아보려 할 것입니다. 반대로 데이트 중 갑자기 웃통을 깐 근육질 닌자가 나타나서 당신의 앞에서 제로투 댄스를 춘다고 합시다. 이는 전혀 예상할 수 없는 상황이며, 미래를 예측하기도 어렵습니다. 따라서 당신은 '놀람'을 느낄 것이고 경계할 것이며, 잠시 멈춰서 상황 파악을 하려고 할 것입니다.
 
이처럼 놀람과 기대의 메커니즘은 미래를 예상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서 나뉩니다. 이는 진화적으로도 좋은 전략이죠
 


지금까지 8가지 기본 감정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첨언하자면 이 8가지 감정을 조합해서도 새로운 감정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만약 당신이 총을 든 강도에게 3억원을 빼앗겼다고 해봅시다. 이때 당신이 먼저 느낄 감정은 '놀람'입니다.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 지 모르기 때문이죠. 당신은 잠깐 멈춰서 상황을 파악하려 할 것입니다. 그리고 분석이 끝난 당신은 '공포'를 느껴 숨습니다. 상대방을 제압할 수 없을 것 같기 때문이죠. 그리고 당신은 '혐오'를 느낍니다. 그 사람에 대한 신뢰도가 수직낙하하기 때문이죠. 그리고 이내 놀람과 공포가 합쳐져 '불안'이 되고, 놀람과 혐오가 합쳐져 '불신'과 '충격'이 오고, 공포와 혐오가 합쳐져 '불안'이 옵니다. 그리고 강도가 3억원을 훔치는 동안 당신은 '슬픔'을 느낍니다. 여기서 감정은 융합되어 '절망' 등의 감정이 덮쳐옵니다. 그리고 강도가 나가면, 위기 상황에서 빠져나온 당신의 공포는 '분노'로 전환되며 '억울함' 등의 감정이 융합되어 덮쳐옵니다. 그리고 당신은 강도에게 '경멸'이라는 융합된 감정을 느끼며, 돈을 되찾고 강도에게 복수하기 위해 경찰에 신고하게 됩니다.
 
이처럼 감정은 한 번에 하나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동시에 일어나는 경우도 많으며, 서로 복잡하게 융합되기도 하고, 이에 따라 행동 패턴이 결정되게 됩니다. 이성적인 연역 추론이 없어도 당신은 유전자에 입력된 본능만으로 상황에 반응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 공감

추가로 인간에게 있어 매우 중요한 영역인 '공감'에 대해서도 알아야 합니다. 공감을 빼고는 커뮤니케이션을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죠.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공감은 '남의 감정, 의견, 주장 따위에 대하여 자기도 그렇다고 느낌. 또는 그렇게 느끼는 기분.'으로 정의됩니다. 두산백과에서는 '대상을 알고 이해하거나, 대상이 느끼는 상황 또는 기분을 비슷하게 경험하는 심적 현상'으로 정의합니다.
 
그렇다면 공감은 커뮤니케이션에서 어떻게 중요할까요? 우리는 다른 사람의 감정을 알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상대방이 원하는 바나 생각하는 바와 다르게 움직여서 의견이 어긋나거나 서로 상처를 줄 수도 있습니다. 또한 공감을 통해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주는 등 상대방의 감정이 상하지 않게 행동하도록 도와줍니다. 반대로 공감이 불가능하면 그런 것들은 불가능하죠.
 
공감을 잘하는 사람은 쉽게 상대방을 알고, 이해하고, 감정을 같이 느낍니다. 우울해하며 우는 사람 옆에서 같이 울어주고, 상대방을 해한 사기꾼을 같이 경멸하고, 사회적 소수자의 권리가 향상되면 같이 기뻐하는 것 등이 그 예시입니다.
 
한편 공감은 감정과 이성 둘 모두를 동원해야 하는 영역입니다. 만약 감정으로만, 이성으로만 반응한다면 공감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또 내 기준으로만 상대를 이해해도 공감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예를 들면, 민트초코를 매우 좋아하는 민초파가 친구에게 민트초코 아이스크림을 사줬다고 생각해봅시다. 그런데 그 친구는 반민초파라 먹기 싫어합니다. 만약 이때 공감이 제대로 발현이 안 된되고 감정만 발현된다면 '내가 선물을 줬는데 무시해?'하고 그 반민초파 친구를 조져넣을 것이고, 이성만 발현된다면 '나는 민트초코를 좋아하는데 쟤는 왜 민트초코를 싫다고 하는 거지?'라고 하며 반민초파 친구를 논리로 찍어누르려 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때 상대방을 이해할 수 있는 '공감' 회로가 작동한다면, '얘는 민트초코를 싫어하는구나'하며 이해해줄 수 있을 것입니다.
 
이처럼 공감은 대인관계에 있어 매우 중요한 영역이며, 감정과 이성을 모두 동원해야 하는 영역입니다. 또한 사회적 동물에게 진화적으로 꼭 필요한 영역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공감은 따로 다루게 되었습니다.
 


 

| 마치며

지금까지 실전 대인 커뮤니케이션 알고리즘 구현을 위한 감정의 작동 원리와 공감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다음 시간은 감정과는 다른 또다른 영역인 '이성'의 작동 원리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 참고문헌

-위키백과."emotion",https://en.wikipedia.org/wiki/Emotion,2023.06.26
-위키백과."emotion classification",https://en.wikipedia.org/wiki/Emotion_classification,2023.06.26
-두산백과."공감",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4369785&cid=40942&categoryId=31531,2023.06.26
-이외 본문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