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CA 프로젝트(v1)(파기본)

9장) 사회생활 매뉴얼(1) - 착하면 과연 손해인가: 착함의 딜레마에 대하여

묘링 2023. 8. 28.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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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착하게 살아야 한다.", "착한 사람에게는 복이 온다.

우리는 흔히 사람은 착하게 살아야 한다는 말을 듣고 삽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착하면 손해다.", "착하면 호구된다." 등 착함을 부정적으로 보는 견해도 공존합니다.

어떻게 이 두 가지 문장이 공존할 수 있을까요? 어떻게 이 두 명제가 동시에 참이 될 수 있을까요?

이는 이 명제에 숨어있는 다른 요소가 있다는 뜻입니다.

이번 장에서는 우리가 앞으로 실전에서 사용할 '착하다'의 개념을 다져보도록 합니다.



우리는 통념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이기적인 사람이 이타적인 사람보다 생존에 유리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진화론적으로 세상에는 이타적인 사람들은 모두 멸종하고 이기적인 사람들만 남아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현실에는 이타적인 사람들이 너무 많습니다. 이는 우리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습니다.

이에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는 저서 <이기적 유전자>에서 한 가지 실험을 제안합니다. 바로 게임이론입니다. 이 게임에는 매파와 비둘기파, 그리고 먹이가 등장합니다. 한 먹이는 한 개체만 먹을 수 있습니다.

매파는 무조건 이기적인 사람으로, 먹이를 발견하면 나눠가지지 않으며 항상 모두 빼앗아갑니다. 그리고 같은 매파끼리 만나면 먹이를 두고 서로 자기가 전부 가져가려고 싸움을 벌여 한 쪽은 중상을 입고 한 쪽이 먹이를 전부 가져갑니다.

비둘기파는 이타적인 사람입니다. 비둘기파끼리 만나면 먹이를 두고 서로 기싸움을 하다가 결국 한 쪽이 도망가고 한 쪽이 모두 가져갑니다. 그리고 매파를 만나면 기싸움을 하려고 하나 공격적인 매파에게 속수무책으로 빼앗깁니다.

먹이 1개를 먹으면 +50의 점수가 주어집니다. 장기전에 따른 시간낭비에는 -10점, 중상자는 -100점이 주어집니다.


계산해보자면
비둘기파끼리 만나면 한 쪽은 -10점, 나머지 한 쪽은 +40점을 얻습니다.
매파끼리 만나면 한 쪽은 +50점, 나머지 한 쪽은 -100점을 얻습니다.
비둘기파와 매파가 만나면 비둘기파는 0점, 매파는 +50점을 얻습니다.


이때 비둘기파 무리에 매파 한 마리를 풀어놓으면, 비둘기파는 평균 +15점, 매파는 평균 +50점을 얻게 됩니다. 매파는 다른 비둘기파를 양민학살하며 미쳐 날뛰고 있게 되며, 비둘기파는 매파를 도저히 막을 수 없습니다. 이에 매파의 유전자는 세대를 거듭할수록 많아지게 됩니다.

한편 매파 무리에 비둘기파 한 마리를 풀어놓으면, 매파는 평균 -25점, 비둘기파는 평균 0점을 얻으며 비둘기파가 우세해집니다. 매파는 서로 박터지게 싸우다가 중환자실에서 골골대다가 사망에 이르게 되며, 이 사이에서 비둘기파는 모든 것을 내어주며 다치지 않고 살아남습니다. 이에 비둘기파의 유전자는 세대를 거듭할수록 많아지게 됩니다.


이는 의외의 결과입니다. 매파끼리의 무리에서 비둘기파가 살아남았습니다. 즉, 이기적인 것이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타인과의 싸움이 매일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가장 이상적인 사회는 서로 싸우지 않는 평화로운 비둘기파만 있는 세상일 것입니다. 그러나 한 명이라도 매파로 전향하는 순간 그 사회는 혼란에 휩싸이게 됩니다. 즉, 이상은 이상일 뿐인 것입니다.

결국 비둘기파와 매파만으로 이루어진 세계에서 세대를 거듭하며 비둘기파와 매파의 비율은 5:7로 수렴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가장 유리한 전략은 무엇일까요? 바로 '기본적으로 비둘기파처럼 행동하다가, 매파임이 확인된 개체에게만 계속 매파처럼 대하는 전략', 즉 '팃포탯'입니다. 이때 매파가 비둘기파로 전향했음이 확인되면 다시 비둘기파로 돌아옵니다.

실제로 시뮬레이션을 돌려보면, 이 때 팃포탯 전략은 그 어떤 전략보다도 매우 유용하게 작용하였습니다. 비둘기파와는 서로 평화적으로 살 수 있게 되었고, 매파와는 싸움을 통해 음식을 얻을 확률을 높였습니다. 그 결과 팃포탯 유전자는 세대를 갈 수록 점점 퍼져나가며 결국 가장 많이 생존한 전략으로 남게 됩니다.


https://alphamondcake.com/%EC%9D%B4%EA%B8%B0%EC%A0%81-%EC%9C%A0%EC%A0%84%EC%9E%90-5%EC%9E%A5-%EC%9A%94%EC%95%BD-%EA%B3%B5%EA%B2%A9/

이기적 유전자 5장 요약 - Almond Cake

이기적 유전자 5장 요약 입니다. 생존 기계의 입장에서 자신과 같은 종, 같은 성별인 다른 개체는 식량과 번식 측면에서 경쟁 상대입니다. 하지만 동물은 다른 개체를 죽이지 않습니다. ESS 때문

alphamondcake.com

(참고자료)

https://youtu.be/0ZGbIKd0XrM?si=CszMkHmEISy5UFoE

(참고자료)




여기서 우리는 '착하면 손해다'와 '착하면 이득이다'라는 두 문장이 모순되지 않는 결론을 내릴 수 있습니다.

"맞대응하지 않고 착하기만 하면 손해다."

지금까지 우리는 맞대응이라는 변수에 대해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착하면 이득인가 손해인가만 따졌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맞대응이라는 다른 변수가 개입되어 있었습니다.

이는 현실에서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대표적으로 애덤 그랜트의 <기브 앤 테이크>에서도, 착하기만 한 사람은 이기적이기만 한 사람에게 당하기만 해서 삶이 어려워지지만, 맞대응을 하면서 착한 사람은 이기적인 사람은 멀리하고 착한 사람들과 서로서로 잘 지내며 성공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즉, 착한 것은 이득이 됩니다. 호구가 되지 않고 맞대응을 할 수 있다는 전제 하에서 말입니다.





한 마디 덧붙입시다. 흔히 인간관계 조언을 검색하면 '만만해보이지 마라'는 말이 나옵니다. 이때 '만만해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맞대응을 보이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이 부분은 나중에 더 구체적으로 다루겠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실전에서 어떻게 착해야 할까요?

이 사고실험은 본 프로젝트에서 고안했으며,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

내가 구호품 1개를 주지 않으면 0.1% 확률로 생존하는 치명상 환자 1명과, 내가 구호품 1개를 주면 10% 확률로 생존하는 중상자 90명이 있다고 해봅시다. 구호품이 총 1000개라면, 구호품을 어떻게 분배하는 것이 좋을까요?

치명상 환자 1명은 0.1% 확률로 생존하며, 이때 필요한 예상 구호품 수는 1000개입니다. 반면 중상자 1명은 10% 확률로 생존하며, 이때 필요한 예상 구호품 수는 10개입니다. 즉, 중상자 90명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900개의 구호품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정답은 중상자 90명에게 구호품을 우선 배분하고, 나머지 구호품을 치명상 환자에게 배분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이론상 100% 확률로 중상자 90명을 모두 치료하고, 남은 100개의 구호품으로 치명상 환자를 10% 확률로 생존시킬 수 있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결론을 내릴 수 있습니다. 생존 가능성이 매우 적은 사람 1명을 구하기 위해 모든 물자를 쓰는 것보다, 생존 가능성이 그나마 있는 사람 여럿을 구하기 위해 물자를 쓰는 것이 더 많은 사람을 살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같은 원리는 실제 재난상황에서도 이용됩니다. 일명 '트리아지'입니다. 트리아지란 응급상황 시 치료의 우선순위를 정하기 위한 환자 분류 체계로, 당장 응급 치료를 받지 않으면 생명이 위험한 환자는 빨간색으로 배정해 1순위로 치료하지만, 이미 사망했거나 사망 직전이라 치료 행위가 무의미한 환자는 검은색으로 분류해 치료를 포기합니다.

이같은 선택을 통해 우리는 더 많은 사람을 구할 수 있으며, 더 효율적으로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습니다.




히어로물에서는 다음 전개가 종종 등장합니다. 위험에 빠진 사람 1명을 구하기 위해 자신을 망가뜨려가면서까지 구해내려는 주인공 히어로와, 그를 말리려는 조력자의 대립입니다.

이 경우 누구의 말이 맞을까요? 정답은 없습니다.

인명을 중시하는 주인공의 말이 맞을 수 있습니다. 인명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매우 소중한 가치이고, 지금 구하지 않으면 앞으로 기회가 없어 계속 후회하게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조력자의 말도 일리가 있습니다. 지금 저 사람 1명을 구해 자신이 망가진다면, 우리는 그 다음에 훨씬 작은 도움만 줘도 구할 수 있는 사람을 구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즉, 남을 구해도 자기 자신이 망가진다면 의미가 없다는 것입니다.


실제 사회생활 현장에서는 후자의 경우가 더 많습니다. 인간은 생존을 원하며, 감당할 수 없는 위협으로부터 도망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자신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자신이 망가졌을 때 보일 반응에 대한 걱정도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정답을 제시하지는 않겠습니다. 선택은 여러분의 몫입니다.





지금까지 실전에서의 착함에 대한 3가지 물음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첫째, 착하면 손해인가. 실제 현장에서는 팃포탯으로 답하였습니다.
둘째, 어떻게 착할 것인가. 실제 현장에서는 트리아지를 도입하였습니다.
셋째, 어디까지 착할 것인가. 이에 대한 정답은 없습니다.


다음 시간도 착함에 대한 논의를 다루겠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실전에서 팃포탯을 적용하는 방법'에 대해 알아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